기업 AX의 시작: Pre-Ontology 이야기
이 글은 티로 공동창업자 Yeoul (@sckimynwa)이 X에 올린 영문 아티클
"Pre Ontology Layer for AX"를 한국어 독자를 위해 다듬어 옮긴 것입니다.
요즘 어디서든 "AX(AI Transformation)"가 화두로 떠오르면, 곧바로 따라붙는 단어가 있습니다. 온톨로지(Ontology). 거의 만능 키워드처럼 쓰이고 있죠.
문제는 이 단어가 워낙 추상적이라, 정작 "온톨로지가 뭔지", "어떻게 구축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잘 안 보인다는 점입니다. 그저 모든 AI 문제를 풀어줄 Magic Word처럼 떠다니고 있죠.
오늘 글은 그 만능 키워드의 한 단계 앞을 같이 들여다봅니다. Pre-Ontology 라는 개념입니다.
온톨로지 구축의 두 가지 진실
먼저 자주 간과되는 두 가지 진실부터 짚고 가겠습니다.
첫째, 온톨로지는 조직 외부의 누군가가 대신 구축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컨설팅펌이 한두 번 와서 정리해줄 수 있는 결과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둘째, 도입하는 과정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합니다.
결과물보다 그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본질입니다.
왜 그런지는, 온톨로지라는 단어의 뿌리를 한 번 더 들여다보면 분명해집니다.
온톨로지는 사실 "언어의 합의"입니다
온톨로지는 본래 철학 용어입니다. "존재에 대한 학문." 이것이 조직 안으로 들어오면, "조직 내 특정 존재를 다수가 어떻게 정의 내릴지, 그리고 그 정의들이 모여 어떻게 조직 내 세계를 구성할지"에 대한 합의를 다루는 것으로 확장됩니다.
여기서 핵심은, 조직 안에 떠다니는 개념들은 물리적 실체가 아니라, 사람들이 만들어낸 언어적 합의물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이 온톨로지를 정의하고 도입하는 일을 어렵게 만듭니다.
"고객"이라는 한 단어가 부서마다 다른 이유
추상적이니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고객" 이라는 단어 하나.
세일즈팀에게 고객은 계약서에 서명한 법인입니다.
프로덕트팀에게 고객은 매주 들어와 기능을 쓰는 활성 사용자입니다.
고객지원팀에게 고객은 마지막으로 이슈 티켓을 연 그 사람입니다.
같은 회사, 같은 단어, 그런데 세 부서가 떠올리는 그림이 전부 다릅니다. "고객"뿐만이 아니에요. 매출, 결함, 잠재 고객, 활성 사용자 — 어느 단어도 예외 없이 조직마다 다르게 정의되곤 합니다.
이런 상태에서 "AI한테 고객 데이터를 분석시켜보자"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어느 부서의 "고객"을 기준으로 답해야 하는지부터 모호합니다. 특정 존재에 대한 조직 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람이든 AI든 그 존재를 이해하고 외부 세계와 관계를 맺을 수 없습니다.
팔란티어가 에어버스에서 진짜 한 일
성공적인 온톨로지 구축 사례로 자주 꼽히는 게 팔란티어-에어버스 사례입니다. 결과만 보면 "A350의 인도 속도가 33% 빨라졌다"는 임팩트 있는 숫자가 남아 있죠.
그런데 팔란티어가 에어버스 안에서 정말로 했던 일은 그 33%가 아닙니다. 그 33%가 나오기 전에, "결함"과 "부품"과 "지연"이라는 단어를 수천 명의 실무자가 같은 의미로 부르게 만든 일이었습니다.
여기서 온톨로지의 진짜 얼굴이 보입니다. 온톨로지는 결과물이 아닙니다.
조직 내 합의의 결정체입니다.
탑다운이지만, 가장 큰 함정도 거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합의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온톨로지는 본질적으로 탑다운입니다. 합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누군가가 결정을 내려서 "고객은 이걸 의미한다"고 못 박는 순간에야 비로소 실현됩니다.
그런데 그 탑다운 결정이 올바르려면 — 위에서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아래 실무자들이 그 단어를 실제로 어떻게 쓰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이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의사결정 체계가 여러 단계로 계층화된 조직에서, 상위 관리자가 실무자의 언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죠. 정보는 매 단계를 지날 때마다 추상화되어 전달되고, 추상화될수록 단어는 빈 껍데기에 가까워집니다.
AX 도입의 가장 큰 병목이 바로 여기 있습니다. Top-down 결정을 위한 Bottom-up 맥락이 없다는 것. 실무자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실무자의 일을 정의할 수 없고, 정의되지 않은 일 위에 AI 에이전트를 올려도 신뢰할 만한 결과는 나오지 않습니다.
정의가 확실한 조직 vs 정의가 흔들리는 조직
성공적인 AX 전환이 합의된 온톨로지를 전제하기 때문에, 이 간극을 메우는 일은 피할 수 없습니다.
온톨로지가 한번 자리를 잡으면, 그 위에 쌓이는 모든 데이터와 AI의 모든 판단이 같은 언어 위에서 정렬됩니다. 시간이 갈수록 복리처럼 작동하죠.
반대로 정의가 흔들리는 조직에서는 데이터가 쌓일수록 노이즈가 증폭됩니다. 그래서 이 간극을 얼마나 빠르게 메우느냐가, 결국 조직의 경쟁력과 직결됩니다.
그래서, Pre-Ontology
여기서 한 가지 레이어를 새로 정의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Pre-Ontology 입니다.
온톨로지가 조직이 합의해 결정한 조직 내 언어의 집합이라면, Pre-Ontology는 조직 안에 흩어져 있는 단어들의 원석입니다. "고객"이라는 개념을 실무자들이 실제로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그 단어가 다른 어떤 개념들과 묶여 함께 등장하는지, 어떤 결정의 순간에 그 단어가 동원되었는지. Pre-Ontology는 살아있는 언어의 더미입니다.
다시 말해, 온톨로지가 탑다운으로 찍히는 결정이라면, Pre-Ontology는 바텀업으로 모이는 재료 입니다.
그리고 결정의 품질은 결국 재료의 품질에 비례합니다. 규모 있는 회사에서 AX의 성패는 온톨로지 도입 수준에 비례할 것이고, 그 도입을 가속화하려면 앞단에 Pre-Ontology가 반드시 놓여야 합니다. 외부 컨설팅 한두 번으로 온톨로지를 만들어내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죠.
그 재료는 대부분 입에서 나옵니다
Pre-Ontology의 원료 — 실무자의 살아 있는 언어는 어디에 있을까요.
답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대부분 입으로 주고받는 대화 속에 있습니다. 중요한 회의뿐 아니라, 짧게 주고받는 일상적 대화까지. 우리는 실존하는 조직 내 언어들을 통해 소통합니다.
슬랙과 이메일에 남는 것은 전체 비즈니스 맥락의 10%에 불과합니다. 왜 그 결정을 내렸는지, 어떤 조건이 붙었는지, 시니어 매니저가 신입에게 "우리 고객"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풀어 설명했는지 — 이런 정말 중요한 맥락은 대화가 끝나는 순간 공기 속으로 사라집니다.
티로가 채우는 자리
이 흐름 안에서 티로(Tiro) 가 채우려는 자리가 점점 또렷해집니다.
조직 내 모든 중요한 대화들을 기록하고 맥락으로 가공해내는 것. 휴대폰, 스마트워치, 데스크탑을 가리지 않고 어떤 인터페이스에서든 정확하게 기록하고, 적절한 권한을 기반으로 안전하게 저장하고, 이를 기반으로 조직의 언어와 맥락을 필요할 때 원하는 방식으로 꺼내 쓰는 제품 — 큰 파도를 앞둔 지금 시대가 요구하고 있는 도구입니다.
티로는 단순한 회의록 도구가 아닙니다. 조직 차원의 Pre-Ontology를 구축하는 베이스 레이어 라고 보시면 됩니다.
정리
언어 모델이 그 어느 때보다 발달한 지금, 역설적이게도 경쟁력은 언어에서 옵니다.
실무자의 언어를 바텀업으로 끌어올려 Pre-Ontology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확한 Ontology를 정의해 내는 조직이 — 이 새로운 파도를 가장 능숙하게 타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다음 AX 프로젝트에서, 모델을 고르기 전에 잠시 멈춰 한 가지만 물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우리 조직에서 '고객'이라는 단어를, 모두가 같은 의미로 쓰고 있나요?"
이 질문에 잠시라도 머뭇거리신다면 — 시작점은 모델이 아니라 Pre-Ontology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