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AX의 시작: Pre-Ontology 이야기
기업이 AX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모델 선택이 아니라 조직이 쓰는 언어를 모으는 일입니다. 온톨로지는 조직 구성원이 같은 단어를 같은 의미로 쓰기로 한 합의이고, 그 합의를 내리려면 실무자가 실제로 쓰는 말이 재료로 쌓여 있어야 합니다. 그 재료층을 Pre-Ontology라고 부릅니다. 외부 컨설팅이 대신 만들어 줄 수 있는 결과물이 아닙니다.
이 글은 2026년 5월에 발행했으며, 2026년 8월에 내용을 갱신했습니다.
이 글은 티로 공동창업자 Yeoul (@sckimynwa)이 X에 올린 영문 아티클 "Pre Ontology Layer for AX"를 한국어 독자를 위해 다듬어 옮긴 것입니다.
요즘 어디서든 "AX(AI Transformation)"가 화두로 떠오르면, 곧바로 따라붙는 단어가 있습니다. 온톨로지(Ontology). 거의 만능 키워드처럼 쓰입니다.
문제는 이 단어가 워낙 추상적이라, 정작 "온톨로지가 뭔지", "어떻게 구축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저 모든 AI 문제를 풀어줄 Magic Word처럼 떠다닙니다.
오늘 글은 그 만능 키워드의 한 단계 앞을 같이 들여다봅니다. Pre-Ontology 라는 개념입니다.
온톨로지 구축의 두 가지 진실
먼저 자주 간과되는 두 가지 진실부터 짚고 가겠습니다.
첫째, 온톨로지는 조직 외부의 누군가가 대신 구축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컨설팅펌이 한두 번 와서 정리해줄 수 있는 결과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둘째, 도입하는 과정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합니다. 결과물보다 그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본질입니다.
왜 그런지는, 온톨로지라는 단어의 뿌리를 한 번 더 들여다보면 분명해집니다.
온톨로지는 사실 "언어의 합의"입니다
온톨로지는 본래 철학 용어입니다. "존재에 대한 학문." 이것이 조직 안으로 들어오면, 조직 내 특정 존재를 다수가 어떻게 정의 내릴지, 그리고 그 정의들이 모여 어떻게 조직 내 세계를 구성할지에 대한 합의를 다루는 것으로 확장됩니다.
여기서 핵심은, 조직 안에 떠다니는 개념들은 물리적 실체가 아니라 사람들이 만들어낸 언어적 합의물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이 온톨로지를 정의하고 도입하는 일을 어렵게 만듭니다.
"고객"이라는 한 단어가 부서마다 다른 이유
추상적이니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고객"이라는 단어 하나입니다.
세일즈팀에게 고객은 계약서에 서명한 법인입니다.
프로덕트팀에게 고객은 매주 들어와 기능을 쓰는 활성 사용자입니다.
고객지원팀에게 고객은 마지막으로 이슈 티켓을 연 그 사람입니다.
같은 회사, 같은 단어, 그런데 세 부서가 떠올리는 그림이 전부 다릅니다. "고객"뿐만이 아닙니다. 매출, 결함, 잠재 고객, 활성 사용자. 어느 단어도 예외 없이 조직마다 다르게 정의되곤 합니다.
이런 상태에서 "AI한테 고객 데이터를 분석시켜보자"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어느 부서의 "고객"을 기준으로 답해야 하는지부터 모호합니다. 특정 존재에 대한 조직 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람이든 AI든 그 존재를 이해하고 외부 세계와 관계를 맺을 수 없습니다.
팔란티어가 에어버스에서 진짜 한 일
성공적인 온톨로지 구축 사례로 자주 꼽히는 것이 팔란티어와 에어버스의 협업입니다. 결과만 보면 항공기 인도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는 성과 지표가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팔란티어가 에어버스 안에서 정말로 했던 일은 그 지표 자체가 아닙니다. 지표가 나오기 전에, "결함"과 "부품"과 "지연"이라는 단어를 수천 명의 실무자가 같은 의미로 부르게 만든 일이었습니다.
여기서 온톨로지의 진짜 얼굴이 보입니다. 온톨로지는 결과물이 아닙니다.
조직 내 합의의 결정체입니다.
탑다운이지만, 가장 큰 함정도 거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합의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온톨로지는 본질적으로 탑다운입니다. 합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누군가가 결정을 내려서 "고객은 이걸 의미한다"고 못 박는 순간에야 비로소 실현됩니다.
그런데 그 탑다운 결정이 올바르려면, 위에서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아래 실무자들이 그 단어를 실제로 어떻게 쓰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이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의사결정 체계가 여러 단계로 계층화된 조직에서, 상위 관리자가 실무자의 언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정보는 매 단계를 지날 때마다 추상화되어 전달되고, 추상화될수록 단어는 빈 껍데기에 가까워집니다.
AX 도입의 가장 큰 병목이 바로 여기 있습니다. Top-down 결정을 위한 Bottom-up 맥락이 없다는 것. 실무자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실무자의 일을 정의할 수 없고, 정의되지 않은 일 위에 AI 에이전트를 올려도 신뢰할 만한 결과는 나오지 않습니다.
정의가 확실한 조직 vs 정의가 흔들리는 조직
성공적인 AX 전환이 합의된 온톨로지를 전제하기 때문에, 이 간극을 메우는 일은 피할 수 없습니다.
온톨로지가 한번 자리를 잡으면, 그 위에 쌓이는 모든 데이터와 AI의 모든 판단이 같은 언어 위에서 정렬됩니다. 시간이 갈수록 복리처럼 작동합니다.
반대로 정의가 흔들리는 조직에서는 데이터가 쌓일수록 노이즈가 증폭됩니다. 그래서 이 간극을 얼마나 빠르게 메우느냐가, 결국 조직의 경쟁력과 직결됩니다.
그래서, Pre-Ontology
여기서 한 가지 레이어를 새로 정의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Pre-Ontology 입니다.
온톨로지가 조직이 합의해 결정한 조직 내 언어의 집합이라면, Pre-Ontology는 조직 안에 흩어져 있는 단어들의 원석입니다. "고객"이라는 개념을 실무자들이 실제로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그 단어가 다른 어떤 개념들과 묶여 함께 등장하는지, 어떤 결정의 순간에 그 단어가 동원되었는지. Pre-Ontology는 살아있는 언어의 더미입니다.
다시 말해, 온톨로지가 탑다운으로 찍히는 결정이라면, Pre-Ontology는 바텀업으로 모이는 재료입니다.
그리고 결정의 품질은 결국 재료의 품질에 비례합니다. 규모 있는 회사에서 AX의 성패는 온톨로지 도입 수준에 비례할 것이고, 그 도입을 가속화하려면 앞단에 Pre-Ontology가 반드시 놓여야 합니다. 외부 컨설팅 한두 번으로 온톨로지를 만들어내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 재료는 대부분 입에서 나옵니다
Pre-Ontology의 원료, 즉 실무자의 살아 있는 언어는 어디에 있을까요.
답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대부분 입으로 주고받는 대화 속에 있습니다. 중요한 회의뿐 아니라, 짧게 주고받는 일상적 대화까지. 우리는 실존하는 조직 내 언어들을 통해 소통합니다.
슬랙과 이메일에 남는 기록은 실제 비즈니스 맥락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왜 그 결정을 내렸는지, 어떤 조건이 붙었는지, 시니어 매니저가 신입에게 "우리 고객"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풀어 설명했는지. 이런 중요한 맥락은 대화가 끝나는 순간 공기 속으로 사라집니다.
티로가 채우는 자리
이 흐름 안에서 티로(Tiro)가 채우려는 자리가 점점 또렷해집니다.
조직 내 모든 중요한 대화들을 기록하고 맥락으로 가공해내는 것. 휴대폰, 스마트워치, 데스크탑을 가리지 않고 어떤 인터페이스에서든 정확하게 기록하고, 적절한 권한을 기반으로 안전하게 저장하고, 이를 기반으로 조직의 언어와 맥락을 필요할 때 원하는 방식으로 꺼내 쓰는 제품. 큰 파도를 앞둔 지금 시대가 요구하고 있는 도구입니다.
티로는 단순한 회의록 도구가 아닙니다. 조직 차원의 Pre-Ontology를 구축하는 베이스 레이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정리
언어 모델이 그 어느 때보다 발달한 지금, 역설적이게도 경쟁력은 언어에서 옵니다.
실무자의 언어를 바텀업으로 끌어올려 Pre-Ontology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확한 Ontology를 정의해 내는 조직이 이 새로운 파도를 가장 능숙하게 타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다음 AX 프로젝트에서, 모델을 고르기 전에 잠시 멈춰 한 가지만 물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우리 조직에서 '고객'이라는 단어를, 모두가 같은 의미로 쓰고 있나요?"
이 질문에 잠시라도 머뭇거리신다면, 시작점은 모델이 아니라 Pre-Ontology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기업에서 말하는 온톨로지란 무엇인가요?
조직 구성원이 특정 개념을 어떤 의미로 부를지 합의해 고정해 둔 언어 체계입니다. 원래는 존재를 다루는 철학 용어이지만, 기업 안으로 들어오면 "고객", "매출", "결함" 같은 단어의 정의를 조직 차원에서 하나로 맞추는 작업이 됩니다. 데이터 모델이나 소프트웨어 산출물이기 이전에 합의의 결과물입니다.
Q. Pre-Ontology는 온톨로지와 어떻게 다른가요?
온톨로지가 탑다운으로 확정된 결정이라면, Pre-Ontology는 그 결정을 내리기 위해 바텀업으로 모아둔 재료입니다. 실무자들이 실제로 어떤 맥락에서 어떤 단어를 쓰는지, 그 단어가 어떤 결정에 동원되는지를 있는 그대로 축적해 둔 층입니다. 재료가 부실하면 확정된 정의도 현장과 어긋납니다.
Q. 온톨로지 구축을 외부 컨설팅에 맡길 수 있나요?
산출물 형태의 문서는 외부에서 만들어 줄 수 있지만, 조직이 실제로 그 정의를 쓰게 만드는 합의는 외부에서 대신 만들 수 없습니다. 정의를 두고 부서 간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 자체가 온톨로지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외부 도움은 진행 방식 설계에 한정해 활용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Q. 온톨로지 합의 없이 AI 에이전트를 도입하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요?
같은 질문에 부서마다 다른 답이 나옵니다. "고객 이탈률을 뽑아줘"라고 요청해도 어느 정의의 고객인지 정해져 있지 않으면 결과를 신뢰할 근거가 없습니다. 정의가 흔들리는 상태에서는 데이터가 쌓일수록 노이즈가 함께 증폭되므로, 도입 규모를 키울수록 오히려 검증 비용이 커집니다.
Q. Pre-Ontology를 쌓으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나요?
문서가 아니라 대화가 있는 자리부터입니다. 회의와 짧은 논의에서 오가는 말이 실무 언어의 원본이므로, 이를 정확히 기록하고 권한 체계 안에서 검색 가능하게 남기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티로는 봇을 붙이지 않고 시스템 사운드를 캡처해 대면, 전화, 화상 대화를 함께 기록하며, 한국어 전사 정확도는 일반 환경 98%, 소음 환경 90% 이상을 자사 기준으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ISO 27001과 SOC 2 Type 2 인증을 보유하고 있고, MCP와 API로 축적된 맥락을 다른 도구에서 꺼내 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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